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먹고 사는 이야기

기억이라는 그물

현냥이 2017. 11. 7. 17:25
기억이라는 것은 그물과 비슷한것 같다.
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면
어느새 예상치 않은 한아름의 기억을 걷어 올린다.

전혀 생각하던 것과는 다른 것이 었다.
그런데 난 어느새
엄마, 아빠와 드라이브를 간 강화도에 가 있다.
엄마랑 아빠가 예빈이를 데리고 간적은 있는것 같은데, 차만 타면 찡찡거리는 녀석을 데리고 어떻게 다녀왔었는지 팔짝팔짝 잘 뛰어놀더라고 했으니.
아마도 셋이서 그렇게 나들이를 한것은
그때가 처음이고 마지막었던것 같다.
봄이었는지, 가을었는지,
그저 인삼 수확이 막 끝난 계절의 어느때.
날씨가 좋은 토요일이었다.
하지만 어떻게 셋이 나서게 된것인지는 생각이 안난다.
인삼 수확이 끝난 계절이라는 것이 생각나는건
인삼 수확을 막 끝낸 밭에서
사람들이 이삭줍기 처럼 작은 인삼들을 줍는 것을 보고
우리도 그 사람들 속에서 인삼을 주웠기 때문에.
기껏 나와서 이걸 왜 해야하나 싶었지만
까만 봉투에 꽤 많이 주웠던걸로 기억이 난다.
그리고 오는 길에 엄마는 수산물 시장에서
내가 드린 용돈으로 엄마의 엄마인
외할머니께 드릴 젓갈을 구입했었다.
참 신기하게도 바다가 보이는 길을 달리다
중간 뷰 포인트 화장실에 들렀던 엄마가
화장실에 들어갈까말까 망설이는 꼬마아이에게 했던 말도 행동도 다 기억이 난다.
오는 길에는 차가 많이 막혔고,
맛집이라는 짜장면 집에서 수타면으로 만든
짜장면을 먹고 왔었다.
그리고 집에 와서는 큰 상자에
젓갈과 이런저런것들을 담으며
완충제로 뻥이요 과자를 사용했다.
외할머니가 좋아하는 과자라면서.
나의 엄마는 맛동산을 좋아했다.
그래서 뻥이요와 맛동산을 보면 엄마가 생각난다.
그리고 엄마는 다음날 그 상자를 싣고 기분좋게 엄마의 엄마를 만나러 갔었다.
이런 기억들이
무한반복 오류에 걸린 컴퓨터의 모니터 마냥
쭉쭉쭉쭉 떠오른다.
그래서 추운데 따뜻하기도 하고
아리기도 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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